
[팜뉴스=노병철 기자]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개발을 통한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향후 제품화 성공 여부에 관심이 주목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목도했던 글로벌 제약사들의 독점 체제를 깨고, 국가 백신 자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가 구체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mRNA 백신 개발이 GC녹십자, 아이진 컨소시엄, 유바이오로직스 등의 리딩기업을 중심으로 속도를 내고 있어 향후 임상 타임테이블에 관심이 주목된다. 이들 기업은 해외 선두주자들에 비해 출발은 다소 늦었지만, 독자적인 플랫폼 구축과 임상 데이터 축적을 통해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다.
녹십자·아이진·유바이오로직스...mRNA기술 글로벌 도전장
먼저 GC녹십자는 LNP(지질나노입자) 기반의 후보물질 GC4006A를 통해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임상 1상 IND(임상시험계획) 제출을 완료/승인받으며, 상용화 로드맵의 첫 단추를 꿰었다. 특히 검증된 LNP 기술과 대규모 완제의약품 생산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개발 성공 시 신속한 대량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아이진은 한국비엠아이, 알엔에이진 등과 결성한 컨소시엄을 통해 sa-mRNA(자가증폭 mRNA)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기존 mRNA 대비 소량으로도 강력한 면역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현재 임상 1상 진입을 위한 막바지 준비 단계에 있다.
아이진 컨소시엄이 보유한 자가증폭 RNA 기술은 mRNA 백신 생산 단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캡(Cap)을 사용할 필요가 없고, 자가증폭 효과로 인해 기존 mRNA 백신 대비 mRNA 투여 용량을 크게 낮출 수 있어, 제품의 가격 경쟁에서 큰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전달체 기술 역시 LNP 특허 침해 소지가 완전히 해소된 개량 순수 국산 기술이다. 기존 LNP와는 달리 투여 부위에 국소적으로 작용함으로써 과도한 면역 반응과 같은 부작용의 위험이 현저히 낮으며, 초저온 냉동이 아닌 일반 냉장 보관 조건에서도 보존, 유통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지원사업의 주관기관인 한국비엠아이는 임상 허가와 생산을 주도할 계획이며, 오송과 제주 공장에 mRNA GMP 생산 설비를 보유, 이미 아이진이 수행한 mRNA 백신 임상 의약품을 생산한 경험을 갖고 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정부 주도 컨소시엄의 주관기관으로서 플랫폼 구축과 임상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2025년 임상 1상 설계를 시작으로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정부 협력을 통한 속도와 안전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기술 개발 넘어 규제·공급망 등 다층적 과제 해결 관건
국내 mRNA 백신의 성공적인 상용화는 단순히 후보물질의 효능을 입증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전문가들은 규제 승인의 문턱을 낮추는 행정적 지원, 글로벌 수준의 생산 공정 검증(Validation), 그리고 원료 및 자재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등을 필수적인 다층과제로 꼽는다.
특히 국내 상용화의 성패는 단순한 임상 데이터 결과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전략적 관리와 민관 협력의 밀도에 달려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기술이 확보되더라도 이를 상용화로 연결할 규제 환경과 생산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백신 주권 확보는 지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3년 동안 플랫폼 고도화와 임상 진행 속도를 동시에 관리하고, 글로벌 기술 표준과 호환되는 생산 및 품질 관리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美 워프 스피드 모델 벤치마킹...전주기 지원 체계 절실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들이 상용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오퍼레이션 워프 스피드(OWS)와 같은 파격적인 정책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팬데믹 당시 미국은 임상 단계 병행, 규제 신속 검토, 생산 공정 선투자 등 전방위적 지원으로 상용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데 기인한 결과다.
따라서 우리 보건당국 역시 단순 R&D 지원에 머무르지 않고, 규제 유연성 제공과 글로벌 시험 네트워크 연계 등 기업들의 비용과 시간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여줄 수 있는 지원책을 검토해야 한다.
감염병 넘어 차세대 치료제 시장 선점 목표
mRNA 기술은 단순 감염병 예방을 넘어 암 백신, 희귀질환 치료제 등으로 확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독자 플랫폼 구축에 성공하고 글로벌 기술 표준에 부합하는 체계를 갖춘다면, 미래 감염병 위기 대응은 물론 글로벌 바이오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mRNA 백신 상용화는 국가 전략적 미션"이라며 "민관학 협력을 통한 전주기 플랫폼 구축이 병행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백신 자주권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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