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학에너지 없이 RNA 구조 풀어내는 Xrn1 작동기전 규명 -
우리 몸속 불필요한 세포를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인 RNA 분해 과정에서, 주된 분해 효소로 알려진 Xrn1이 마치 생체 분자 기계처럼 능동적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RNA 대사 조절과 관련된 다양한 질환 연구와 치료 전략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홍원화)은 한국과학기술원 이광록 교수 연구팀이 단일분자 분석을 통해 RNA* 분해 효소 Xrn1**이 ATP***와 같은 화학 에너지를 직접 사용하지 않고도 RNA 구조를 단계적으로 풀어내며 분해하는 새로운 작동기전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 RNA(리보핵산, Ribonucleic Acid): DNA와 함께 생명체의 유전 정보를 다루는 핵심적인 핵산 분자 ** Xrn1: 진핵세포에서 불필요하거나 손상된 RNA를 제거하는 가장 대표적인 효소 *** ATP(아데노신 삼인산): 위 분해 효소가 핵산을 분해하거나 RNA가 합성되는 모든 과정에서 필수적인 화학 에너지
이번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핵심연구(전략형), 합성생물학 핵심기술개발사업, 기초연구실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뉴클레익 엑시드 리서치(Nucleic Acids Research)’에 3월 10일 게재됐다.
세포 내에서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RNA는 역할을 마치면 분해되어야 세포 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된다. 복잡한 이중가닥 형태를 띄고 있는 RNA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ATP와 같은 화학 에너지를 사용하는 헬리케이스*가 필요하다. 특히 RNA 분해 과정에서 주된 분해 효소인 Xrn1은 세포 내 RNA 농도 조절, 항바이러스 방어, 면역 반응, 암세포 생존 조절 등 다양한 생리적 과정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전형적인 헬리케이스 구조를 갖지 않은 Xrn1이 RNA의 복잡한 2차·3차 나선을 어떻게 풀어내며 분해하는지는 그동안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 헬리케이스(Helicase): 나선형으로 꼬여 있는 가닥을 풀어주는 효소
연구팀은 단일분자 형광 분석*을 통해 Xrn1이 RNA 구조를 풀어내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했다. 그 결과, Xrn1이 RNA를 연속적으로 부드럽게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구조를 부수며 전진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Xrn1이 RNA 분해 과정에서 생성되는 화학 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축적한 뒤, 이를 폭발적으로 방출해 RNA 구조를 돌파하는 강력한 분자 기계처럼 작동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Xrn1이 전기적 상호작용으로 RNA를 붙잡은 뒤 당겨 구조를 풀어내는 그립앤풀(Grip-and-Pull) 방식으로 RNA를 분해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 단일분자 형광 분석(smFRET): 효소 한 분자가 RNA 위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나노미터 단위로 관찰하는 정밀 기술
이광록 교수는 “생체 내 효소들이 단순한 화학 반응의 매개체를 넘어, 물리화학적으로 정교하게 설계된 생체 분자 기계처럼 능동적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향후 RNA 대사 이상과 관련된 다양한 질환의 분자적 원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주요내용 설명 <작성 : 광주과학기술원 이준혁 박사과정>
논문명 A spring-loaded grip-and-pull mechanism for stepwise RNA duplex unwinding by Xrn1
저널명 Nucleic Acids Research
키워드 RNA Decay(RNA 분해), Riboexonuclease(리보핵산분해효소), Single-molecule FRET (단일분자 형광 이미징), RNA quality control (RNA 품질 관리)
DOI 10.1093/nar/gkag170
저자 이준혁 석박통합과정 (지스트, 제1저자), 조혁진 석박통합과정 (지스트), 홍세미 (지스트 석사), 유정민 연구원 (카이스트) , 진미선 교수 (지스트), 진석원 교수 (지스트), 장정호 교수 (경북대), 리앙 통(Liang Tong) 교수 (Columbia University, New York), 이광록 교수 (카이스트, 교신저자)
1. 연구의 필요성 ○ RNA 분해는 유전자 발현 조절과 세포 항상성 유지에 필수적인 과정이며, 특히 5′→3′ 방향 RNA 분해 효소인 Xrn1은 mRNA turnover, 스트레스 반응 및 항바이러스 방어 등 다양한 생리적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함 ○ Xrn1은 안정한 RNA 이중가닥 구조까지 분해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지만, ATP 의존적 헬리케이스 없이 어떻게 RNA 구조를 풀어내는지에 대한 분자적 작동 원리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음. 따라서 Xrn1의 RNA 해리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것은 RNA 품질 관리 및 RNA 대사 조절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함
2. 연구내용 ○ 단일분자* 형광 이미징(smFRET)을 이용하여 Xrn1이 RNA 이중가닥을 약 8~9 염기쌍 단위에 걸쳐 단계적으로 해리한다는 것을 관찰함 * 단일분자 형광 이미징(smFRET): 두 형광 신호 사이의 거리 변화를 통해 분자의 구조 변화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기술 ○ Xrn1 활성 부위 인근의 Arg100 및 Arg101 잔기가 RNA 인산 골격과의 정전기적 상호작용을 통해 RNA를 안정적으로 고정하는 정전기적 앵커 역할을 수행함을 확인함 ○ Hidden Markov Model(HMM)* 기반 통계 분석을 통해 RNA 풀림 과정에 단계적 상태 전이가 존재함을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spring-loaded RNA 해리 모델을 제안함 * Hidden Markov Model(HMM): 직접 관찰할 수 없는 숨겨진 상태를,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데이터의 변화 패턴을 이용해 추정하는 통계 모델
3. 연구성과/기대효과 ○ RNA 분해 효소의 작동 원리를 전기적 상호작용과 기계적 에너지 축적이라는 물리적 관점에서 설명하는 새로운 통찰력 제공 ○ Xrn1이 관여하는 mRNA turnover, 항바이러스 반응, 면역 조절 및 암 관련 RNA 대사 연구에 중요한 기초 자료를 제공하며, 향후 RNA 기반 질환 연구 및 치료 전략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

(그림1) Grip-and-Pull 방식에 의한 Xrn1의 단계적 RNA 이중가닥 해리 과정 Xrn1은 먼저 활성 부위 근처의 Arg100과 Arg101 잔기를 이용해 RNA의 5′ 말단을 강하게 붙잡아 RNA를 안정적으로 고정한다 (1단계). 이후 효소는 단일가닥 RNA를 하나씩 분해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학 에너지가 효소–RNA 복합체에 축적되고 RNA duplex 말단에 장력이 형성된다 (2단계). 이러한 과정은 마치 스프링을 압축하여 에너지를 저장하는 것과 유사하다. 축적된 에너지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순간적으로 방출되며 RNA 이중가닥 구조가 부분적으로 풀리게 된다 (3단계). 이때 Xrn1은 RNA를 계속 붙잡은 상태에서 구조를 당겨 풀어내는 Grip-and-Pull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RNA duplex는 약 8–9 염기쌍 단위로 단계적으로 해리되고, Xrn1은 RNA를 분해하면서 앞으로 전진하게 된다 (4단계). [그림설명 및 그림제공 : 광주과학기술원 이준혁 박사과정]
연구 이야기 <작성 : 광주과학기술원 이준혁 박사과정>
□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대학교에 재학하던 시절 RNA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RNA 생물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후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운 좋게도 RNA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해당 분야의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지도교수님께서 RNA 분야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 경험과 전문성을 가지고 계셨기 때문에 연구 방향을 설정하고 실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과 지도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환경 덕분에 RNA 분해에 관여하고 있는 Xrn1이라는 단백질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연구를 큰 어려움 없이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 연구 전개 과정에 대한 소개 본 연구는 RNA 분해 효소 Xrn1이 구조적으로 복잡한 RNA 이중가닥을 어떻게 풀어내며 분해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특정 아미노산 잔기의 역할을 확인하기 위한 돌연변이 단백질을 제작하고, 다양한 생화학적 실험과 단일분자 형광 이미징(smFRET) 분석을 수행하였습니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Xrn1이 RNA를 단순히 분해하는 것이 아니라, RNA를 붙잡고 당겨 구조를 단계적으로 풀어내는 작동 방식을 가진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RNA duplex가 약 8–9 염기쌍 단위로 단계적으로 해리되는 특징을 관찰함으로써 Xrn1의 작동 메커니즘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 연구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장애요소는 무엇인지? 어떻게 극복(해결)하였는지?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단백질 정제 단계였습니다. Yeast 유래의 Xrn1 full-length 유전자를 이용해 처음에는 E. coli 발현 시스템에서 단백질 정제를 시도했지만, 정제된 단백질이 기대한 효소 활성을 보이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도교수님과 논의하였고, 단백질의 올바른 접힘이나 기능적 활성 유지를 위해 yeast 발현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광주과학기술원 생명과학부의 진미선 교수님 연구실에서 yeast 시스템을 이용한 단백질 정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해당 연구실에서 기술을 배우고 협력을 통해 실험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yeast 시스템을 통해 활성을 가진 full-length Xrn1 단백질을 성공적으로 정제할 수 있었고, 이후 연구를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차별점은 RNA 분해 효소 Xrn1이 복잡한 RNA 이중가닥 구조를 어떻게 풀어내는지에 대한 작동 원리를 단일분자 수준에서 직접 관찰하고 설명했다는 점입니다. 기존에는 Xrn1이 RNA를 분해하는 효소로 잘 알려져 있었지만, 구조적으로 안정한 RNA 이중가닥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단일분자 형광 이미징(smFRET) 분석을 통해 Xrn1이 RNA를 단순히 분해하는 것이 아니라 RNA를 붙잡고 당기면서(Grip-and-Pull) 구조를 단계적으로 풀어내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특히 duplex가 약 8–9 염기쌍 단위로 단계적으로 해리되는 과정을 제시함으로써, Xrn1이 ATP 없이도 화학 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전환하여 RNA 구조를 풀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꼭 이루고 싶은 목표나 후속 연구계획은? 앞으로의 연구 목표는 Xrn1이 RNA 이중가닥과 상호작용하는 구체적인 구조적 부위를 규명하는 것입니다. 이번 연구의 Discussion에서도 가설적인 수준으로 언급하였듯이, Xrn1이 RNA duplex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효소의 어느 부분이 RNA 이중가닥과 직접적으로 물리적 상호작용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조 연구를 통해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따라서 이러한 상호작용 부위를 규명하는 것이 Xrn1의 작동 메커니즘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BRIC Bio통신원] RNA 구조 부수는‘생체 분자 기계’원리 밝혔다, https://www.ibric.org/s.do?LZmYRfLcqh |